최근 며칠전부터 참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황당하고 힘든 시기이다. 지난 3년간 열심히 일하던 동기 두 명이 해고되었다. 세명 중 나만 살아 남았다. 실력으로? 아니다. 실력으로라면 내가 가장 먼저 나가야 한다. 본사에서 세 명 다 보내라고 했다던데 이사님 상무님이 아마 내 가정 형편상 본사와 네고 하셨으리라 생각된다.
전쟁에 나가 모든 전우를 잃고 혼자 돌아온 기분이란...내가 잘해서 내 목숨 겨우 부지한게 아니라 혼자 구석에서 뻘짓하다가 정신차리고 보니 전우들은 이미 차가워진지 오래고 전쟁은 끝나 있는 경우같다...내 실력이 셋 중 가장 월등하게 뛰어났다면 속상하고 답답하고 미안하고 하더라도 그래도 죄책감은 조금 덜 하겠지..
간만에 욕이 끊이질 않는다. 시비거는 사람 붙잡고 싸우고 싶은 심정.
회사가 어려워 인원 감축은 이해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은 너무너무 잘못됐다.
5분 안에 해고관련 얘기를 끝내고 빨리 짐싸서 나가라니. 제정신인가. 지난 3년간 야근수당 따위 안 받고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주말 공휴일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지난 시간 수고했다 열심히 해줬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라며 노고를 치하해주지는 못할 망정. 도리에 어긋났다.
우선 수요일날 마른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듯 한 친구가 떠나가야했다. 짐싸며 계속 우는 그 친구를 보며 위로의 말도 건내지 못했다. 바래다 주며 인사하고 출발하자마자 비상등을 켜고 눈물을 훔친다. 그 다음날 와서 일하는데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앞으로 해야할 일에 대해 얘기하며 역할 분담을 하는데 원래라면 그 친구가 해야할 일인데 내가 하게 됐다. 메일 검색을하고 어떻게 했는지 확인을 한다. 벌써 그 빈자리가 너무나 크다. 사무실을 둘러보아도 그 친구 메모가 여기저기 다 붙어있다. 금요일 휴가를 냈다. 애기 아프다는 핑계로 휴가를 냈다. 이런 상황에서 금요일날 또 다른 친구 한명도 해고되었다. 운전하는 도중 듣고 사고 날뻔했다. 전활 끊고 비상등을 켜고 또 눈물을 훔친다. 다음주에 출근해서 일하다보면 빈자리에 또 눈물 훔치겠지. 한 명도 아닌 두명, 그 두 명이 전부였는데..
직접적으로 당한 두 친구의 마음을 난 헤아릴 길이 없다. 당해보지 않고 어찌 알수있겠는가, 다만 남아서 빈자리를 뼛속깊이 느껴야하는 나도 참 딱하단 생각이 든다.
다음은 나란걸 너무 잘 알고있다. 다음번은 피해갈수 없으리란걸 잘 알고있다. 이제는 내 밥그릇은 내가 챙겨야한다. 다음주에 말씀드릴 것이다. 야근은 없을거이라고. 이러나 저러나 짤린것은 매한가지 그렇다면 내 시간은 내가 사수하겠노라.
7,8월에 po가 없다면 9월에 정리가 될것인가? 그래도 하반기 성과보고 정리가 될까? po도 몇대로는 어림도 없을것 같다. 정말 기적적으로 많이 나지 않는 이상 목숨 부지하기 어려우리라. 미친 회사에 정이란 정은 다 떨어지고 더러워서 때려치우고 싶지만 그건 지는 것임을 잘 안다. 최대한 버텨야 한다. 회사에 미운 털이 되리라. 버티면서 다는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겠지.
두 친구의 앞날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함께 하길 기도하리라. 더욱도 더 좋은 모습으로 곧 만나게 되리란것을 안다 지난 3년간 너무 좋은 친구이자 동료로 함께 일해줘서 너무 고맙다. 말 주변이 없어서 쑥쓰러워서 감사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두 친구가 없었으면 나는 이미 낙오자로 포기하든 짤리든 둘 중하나가 됐을 것이다.
이 글을 보진 못하겠지만 이 면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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